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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02-11
작성: 2025-02-11 04:47
몇 시간 전에 이에 이번 시간도 티스토리에서 이야기를 가져올까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최근에 있었던 일까지 다루고자 한다. 비록 두 번째 일은 우편함과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지만 어쨌든 우편함의 번호로 인하여 일어났던 일인지라 같은 샘(?) 치고 한 번 작성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미국에서 우편함은 우체국 배달원 이외에 아마존, UPS 같은 다른 배달원이나 남의 집 사람은 절대 손을 못 댄다고 법으로 정해져 있다. 그래서 예를 들어 옆집의 편지나 택배가 자기집으로 잘못 배달되었을 시 가능하면 집주인에게 'wrong delivered'라고 하며 그것들을 직접 전달해 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럼 두 가지 이야기들을 풀어보도록 하겠다.
출처: Pixabay
재작년 연말 컴컴한 시간 누군가가 우리집 초인종을 눌렀다. 알고보니 옆집 사람인데 실수로 우리집 우편함을 들이박아서 우편함이 찌그러지고 문도 제대로 안 닫기고 아구가 안 맞으니 자기가 변상해 주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모른채 하고 입 싹 닦아버리는게 아니었던 지라 고마운 이웃이네~이러고 귀찮아서 그대로 내버려둔지 6개월이 넘어 결국 계절까지 두 번 바뀌었다. 매일 우편물을 배달해주는 우체부 배달원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게다가 섭디비전 관리시무소에서도 이에 대한 경고장이 한 번도 날라오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여러 달 동안 옆집에 차가 아무것도 안 세워져 있는 거였다. 혹시 다른 곳으로 이사간 건 아닐까 우리끼리 이야기하면서 동생이 심각한 표정으로 '왜 제 때 안 고쳤냐 언니가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해라' 이래서 스트레스가 저만치 쌓이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좀 더 기다려보자, 어디 여행이라도 갔겠지' 이러고 있었는데....
나의 예상은 맞았다. 차는 어느날부터 다시 보이기 시작했고, 어렵사리 초인종을 눌렀었던 아저씨과 다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본국에 두 달 간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길래 내가 우편함 이야기를 조심스래 꺼내니 '기억한다 당연히 변상해주겠다'는 말을 다시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단 우편함 회사와 연락을 취하고 견적을 이분에게 보여드리자 며칠 뒤 수리비를 현금으로 결국 받아냄으로 사건은 잘 마무리되었다.
물론 선불제였던 우편함 교체도 잘 이루어졌고 해서 나는 땡볕 아래 수고해주신 수리 아저씨에게도 전심을 다해 고맙다는 인사 또한 전해드렸다.
미국에서의 주소는 반드시 숫자로 시작하는데 나는 이걸 어떻게 부르는지 몰라 그냥 편의상 우편함 번호라고 하겠다. 다행히도(?) 우리집과 똑같은 우편함 번호를 가진 집이 우리 섭디비전 내에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총 두 군데 있는데 둘 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하나는 우리집에서 올라가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반대로 내려가면 있다.
몇 주 전 동생의 두 개의 택배가 엉뚱한 집으로 배달되었다는 걸 동생이 보여준 사진을 통해 알게 되었다. 출근날이었던 동생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확인하러 일찍 나가겠다고 하는 걸 내가 그 집들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 안다~며 극구 말렸다. 사진을 보자마자 왠지 위의 집일 거 같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우리집 게 거기 있었던 적이 몇 번 있었음) 게다가 집 지은 회사도 우리집과는 완전 다르고 더 늦게 지어진게 표가 확 난다.
그런데..... 이번에도 나의 예상은 맞았다.
사진 속 모습과 걸어 올라간 위의 집의 모습은 정확히 일치했고, 구석에 보니 동생의 이름으로 배달된 두 개의 택배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집주인에게 말하고 가져갈까 하다가 어차피 우리 거고 감시카메라가 있다고 해도 내가 이름 확인하고 가져가는 걸 볼테니 괜찮을거다라고 판단하여 조심히 챙겨 그 무거운 거 두개를 낑낑거리며 들고왔다.
이를 본 동생과 어머니는 환호하며 나에게 엄청난 고마움을 표시했다. 내가 생각해도 난 동생 바라기인거 같다. 동생에 관한 거라면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이 때도 정말 애가 타고 안타까워하는 심정으로 커뮤니티에 글도 올리고 걸어갔다 왔었기 때문. 그래서 이날 내 자신이 엄청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이렇게 기분 좋게 글을 작성하고 방금 우편물 확인하러 나갔는데 우편함 안도 그렇고 주변에도 왠 자질구래한 쓰레기들이 있는건지... 누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장난친 거 같아 지금 기분이 잠시 상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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