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 #장애인 차별
작성: 2025-03-09
작성: 2025-03-09 09:33
엄마가 한국여행 다녀오신지도 벌써 일 년이다. 그리고 동생 또한 작년 가을에 잠깐 한국을 다녀와 위의 사진을 포함하여 추억을 맘껏 담아왔다. 나 같은 경우는 신분은 되지만 이 신분이 오히려 해외 여행에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인지라 그냥 이렇게 사진으로만 보고 '내가 살던 동네 맞나' '많이 바꼈네' 이러고 만다.
사실 나에게 있어서 한국이란 부정적이고 안 좋은 기억 밖에 없다. 선천적 장애 때문에 유치원 대신 병원에서 늘상 지내면서, 또래들과 친해진다는 거 자체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채 오히려 남자 또래들로부터 늘 놀림감의 대상이 되었었다. 새학기가 되는 날마다 나는 늘 친구 만들기에 실패했었다.
차별은 거리에서도 계속되었다. 어디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사람들로부터 따가운 시선과 눈초리를 받는 건 기본이고 대놓고 험담이나 안 좋은 말을 들은 경험도 몇 번 있었다. 그래서 지금와서 하는 말이지만 치안은 보장 못하지만 오히려 한적한 곳이 나로서는 그마나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장소였다.
그래도 공통된 관심사와 전공이 있는 대학에서의 사정은 조금 나았지만, 나는 여전히 학식이나 매정 음식을 혼자서 해결하는 때가 많았었다. 게다가 그 때는 잘 몰았었지만 장애인으로서 제대로 혜택 받는 것도 거의 없었다. 이것이 바로 나를 미국행을 선택하게 만든 것이었다.
미국에 오니 그야말로 장애인의 천국이 따로 없다. 초반에는 향수병에도 걸려서 매일 친구들 보고싶다며 울곤 했지만, 이곳 생활에 점점 적응이 되고 영어도 이전보다 잘 하게 되자 한국에 대한 안 좋은 기억과 추억은 자연히 잊혀지게 되었다. 여기선 동양 출신 장애인이라고 면전에서 차별 당한 경우 한 번도 없다.
여행 여부와 신분을 떠나서 한국은 좀 심한 말이긴 하지만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나라이다. 물론 요즘은 이십 년 전보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제도들이 나아졌겠지만 원샷한솔님의 영상들을 보니 선진국 대열에 끼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만약 제 3국에 살 기회가 생긴다면 차라리 일본행을 택하고 싶다.
물론 일본 이민도 무척 어렵고 까다롭고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제한적이라고 들었다. 그럼 요즘 독일어도 공부하니까 독일 쪽도 마음이 조금 간다. 사실 미국의 여러 제도들이 독일에서 유래된 것들도 있다고 알고 있고, 무엇보다도 공부하고 싶으면 거의 공짜거나 저렴하게 대학을 다닐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에 계속 살지 해외로 또 갈지는 알 수 없는 인생길이지만 어디에서 살던지간에 늘 당당하고 함께 사는 사람들과 행복하고 단란한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 그리고 신데렐라와 같은 환상은 집어치우고 외국어 공부를 매일 열심히 해서 언젠가 빛을 제대로 발할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물론 계속 강조하지만 설령 독일이나 일본에 안 가더라도 미국 내에서나따나 '일본어랑 독일어 좀 하네?'라는 소릴 듣고 싶다. 다인종이 다양한 문화와 함께 어우러사는 국가이다보니 사실 외국에 갈 이유가 없긴 함. 일본인은 진짜 희귀하긴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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