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쇼쿠 바로코의 좌충우돌 이야기

앞으로 '음악'에 대한 말을 최대한 아낄 것이다

  • 작성 언어: 한국어
  • 기준국가: 모든 국가country-flag
  • 생활

작성: 2025-03-18

작성: 2025-03-18 10:38

사실 모든 음악이 다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범위를 좁히자면 클래식 분야라고 할 수 있겠다. 클래식 밖에 몰랐던 무지함으로 나는 작곡을 전공했고 교회에서 성가대와 찬양팀 반주도 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음악과 동일시여기는 아주 안 좋은 버릇들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 오기 전까지 따로 피아노 개인 레슨을 해주셨던 선생님을 지금 다시 되돌아보니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 부정적인 사람이 아닐 수가 없다. 나를 옆에 앉혀놓기만 하시면 이 교수 험담, 저 학생 험담 늘상 험담 뿐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그 사람은 분명 별다른 잘못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런 부정적인 말들에 오냐오냐하고 다 받아줬는지 찬 한심하고 기가 찰 노릇이다.


그리고 사실 작곡이라는 분야도 내가 백퍼 원해서 한 게 아니라 음악은 하고 싶은데 피아노로 갈 실력은 안 되는 어중간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막상 대학에 들어가니 조성 음악을 쓰는 1학년과 2학년은 그럭저럭 잘 해냈었는데 무조음악을 요구하는 3학년 이후로는 그야말로 지옥 그 자체였고 성적도 잘 안 나왔다. 이런 걸 조금이라도 염두해 두지 않고 작곡을 택했던 나는 정말 바보천지였다. 그래서 인생에 있어 최대의 후회가 바로 작곡을 전공한 것이다.


그러고보니 한 가지 에피소드가 떠오르는데 4학년 1학기 때 미국에 짐 다 부쳐놓고 친한 분의 집에 얺혀 살았었다. 기말곡으로 현악 4중주를 쓰고 있었는데 무조음악의 개념 자체를 모르니까 곡을 더 이상 어떻게 진행시킬 수 없어서 연필을 던지고 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던 기억이 이십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난다.


그래서 이 미국 생활이 나로서는 일종의 도피처이자 안식처가 되어서 감사하다. 만약 한국에 있었으면 나는 현대음악에 관심도 없는데 이 행사 저 행사 참여해라고 독촉도 오고 분명 이곳저곳 억지로 불려다녔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여나 역이민을 하는 상황이 진짜 닥칠 지도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서 어제 페이스북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 (그런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 한국의 동기들과 선후배들과는 인연을 완전히 끊고 지낼 거기 때문이다.


대신 얼마 전의 글에서 밝혔듯이 나는 제이팝을 좋아한다. 두루두루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나름 확고한 취향의 기준이 있어서 요아소비를 비롯하여 몇몇 아티스들의 음악을 즐겨 듣는데 나는 오히려 클래식보다는 이런 음악들을 들음으로 말미암아 심신의 안정과 평안을 느낀다. 클래식은 이런 말 하면 뭐하지만 더 이상 듣기 싫고 상대하기도 싫다. 무엇보다도 과거의 내가 그랬듯이 클래식 종사자들의 우물 안 개구리 사고방식이 너무나도 마음에 안 든다. 그래서 속된 말로 관련 학과도 그렇고 클래식 시장도 그렇고 폭상 망했음 좋겠다.


이렇게 내가 부정적으로 돌변해버리니 그래서 가능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피하려하는 경향이 있다.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나를 음악과 동일시시키는 스테레오 타입이 너무나도 짜증스럽기 때문이다. 피아노의 피자도 언급하기 싫고, 그냥 이렇게 컴퓨터에 자판을 두들기며 글 쓰고 또 나머지 시간은 성경 이것저것 펴가며 말씀 묵상 및 분석하는 시간들이 더 값지고 보람되게 느껴진다.


그래서 결론은 이곳 두루미스에서 꾸준하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요 은혜인지 모른다. 1일 1포는 못 지켰었도 시작한 날짜와 현재까지 발행된 글 수를 보면 1일 1포를 한 거나 다름이 없기 때문에 여기에서 나는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낀다. 브런치 티스토리 네이버 이런 건 더 이상 생각하지 말고 이곳에 계속 잘 정착하여 훗날 자산이자 유산으로 잘 남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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